2021-03-12

정왕역 섭카츠

맛집이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있는 건 아니다. 정왕역 인근의 맛있는 돈까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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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고용 센터에 상담을 받고 왔다.

이러니저러니 온갖 시국이 합쳐서 살기 팍팍한 세상이다. 상담 지원금 20만 원은 귀한 돈이니 취준생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제도다.

상담을 받고 나오는 기분은 썩 좋진 않았다. 불유쾌한 기분이라기보다는, 외딴곳에 웅크려 흐린 날을 내다보는 심정이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캥거루 족으로 산다는 건 그렇다. 길어질수록 사생활이 사라지고 내가 옅어지는 기분이다. 나는 무엇인지 의문이 들고 내 색이 사라져가는 기분이다.

맛집 포스팅에서 웬 신세 한탄이냐고 물으면 나도 할 말이 없지만, 많이들 그렇지 않던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선 멋진 삶이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도 않다. 괜찮음의 이면에는 고생이 있다.

자리에 앉게 만든 이유

정왕역 부근 상권은 배달 전문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홀에서 식사를 하고, 외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다른 곳을 가는 게 낫다.
근데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 새로 생긴 가게를 먹어 봐야 성미가 풀린다.
  • 분위기고 뭐고 맛있으면 된다.
  • 혼자서 느긋하게 밥 먹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가게는 내게 딱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타겟은 섭가츠.
가게 안에 들어올 때까지 불안했는데 주방에 놓인 거대한 생고기 덩어리를 보고는 급히 안심했다.

  • 당일에 고기 손질을 하는 집이 맛이 없다면 그건 범죄다.
  • 위생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 가게 내부는 깨끗하며 단촐하고 테이블이 적다. 식사 위주의 가게인 듯.
특이한 서비스
  • 희한하게도 샐러드를 2가지 기본으로 제공한다.
  • 고구마, 감자, 푸실리, 단호박 샐러드 중에 2개 선택.
  • 샐러드 추가 시 종류 당 600원 추가.
물, 김치, 단무지, 장국
반반카츠. 8,500원.
  •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나는 자글자글 튀기는 소리, 고기를 써걱써걱 써는 소리가 은근 좋다.
  • 소스는 무한 리필이다.
  • 곁들인 와사비를 한 점 얹으면 맛에 재밌는 자극을 더한다.

옛날에 돈까스 체인점에 갔다가 직원이 박스를 뜯은 걸 봤는데 냉동 치즈 돈가스가 들어 있었다.
근데 내가 시킨 게 치즈 돈가스였음. 근데 맛있더라.

냉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깎아내릴 필요는 없단 얘기다. 냉동 욕하고 생고기 찬양할 맥락에서 이러니까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이보다 더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 때가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촉촉함이 느껴지는가
  1. 촉촉한 고기와 육즙이 포인트.
    아주 만족스럽다. 신선한 재료에는 냉동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이 있다.
  2. 신선하기 때문에 따라오는 단점은 시간.
    이런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육즙과 촉촉함이 시들해진다.

대부분 돈가스 가게가 8,000원부터 시작한다.
어디는 소스, 어디는 고기, 어디는 서비스에 포인트를 맞춰서 제공한다. 크림 소스 돈가스라던지, 떡볶이를 서비스로 준다던지…….
여기는 돈가스에 힘을 주고 나머지는 적당히 느슨하고 평범하다.
돈가스 자체가 맛있는 가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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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카츠 : 네이버
방문자리뷰 9 · ★4.39 · 매일 11: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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